값싼 와인을 최고급 와인으로 속이면 속을까?
보통 사람이 지불한 금액에 따라 요리나 음료의 맛을 전혀 다르게 느끼는 게 인지상정이다.
사람의 혀는 미묘한 맛의 차이를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비쌀수록 좀 더 맛있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래서 심리학자는 태생적으로 사람을 속이기 좋아하는 족속이라 호기심과 장난기가 발동하여 싸구려 와인을 최고급 와인 라벨을 붙여 사람들에게 먹여보았다.
그러자,
"와! 어디서 이런 근사한 와인을 구했어요? 맛이 정~말 고급스럽네요!"
대부분 입을 모아 찬사를 보냈다.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와인 애호가라면 다르지 않을까?
와인 애호가도 속을까?
어쩌면 와인 애호가는 전문가와 다름 없을 정도로 미묘한 차이를 쉽게 파악할지도 모른다.
과연 그들은 살짝 맛만 보고도 와인의 품질을 정확히 알아맞힐 수 있을까?
와인 애호가 60명을 불러 모아 며칠 동안 실험을 했다.
실험은 같은 와인에 하루마다 가격만 다르게 붙여 마시게 한 뒤 각각의 와인에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1일 - 같은 와인에 5천원 라벨을 붙임
2일 - 같은 와인에 1만원 라벨을 붙임
3일 - 같은 와인에 2만원 라벨을 붙임
그들은 매일 한 병씩 와인을 마신 뒤 0~4점의 범위 안에서 점수를 매겼다.
0점 - 마시기 힘들 정도로 형편없다.
1점 - 맛없는 편
2점 - 보통 맛
3점 - 맛있는 편
4점 - 굉장히 맛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2만원 - 2.23점
1만 원 - 1.93점
5천 원 - 1.8점
점수는 크게 차이가 없지만, 역시나 2만 원짜리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와인 애호가들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가진 애호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왜 그럴까?
한 모금만 마셔도 단박에 바로 알아 맞출 수 있다고 장담해온 점을 염두에 보면 매긴 점수에 차이가 없어야 함에 물론이고, 실제 품질과도 일치해야 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우리 인간은 음식물의 맛을 정확히 판별하지 못한다.
어떤사람이 정확히 판별해낼 수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언제나 현실은 이상을 배반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매 순간 '현실과 인식'의 괴리를 느끼며 세상을 살아간다.
즉, 우리가 옳다고 믿고 100% 확실하다고 여기는 일이 틀릴 수 있고, 거짓으로 판명 날 수 있다는 의미다.
와인맛 실험은 우리가 가진 사물이나 사람, 세상에 관한 인식이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좀 더 겸허한 자세로 사물과 사람, 그리고 세상을 대면해야 한다는 작지만 소중한 깨달음을 준다.
당신은 좋아하는 음식물의 종류를 정확히 판별해낼 수 있는가?